해외여행 : 남는 건 사진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넘쳐서 해외여행을 자주, 1년에 4회 이상, 다닐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또 한 여행지를 또 방문할 계획이 아니라면, 사진은 많이 찍을수록 좋다고 본다. 올해 여러 여행지에 여행을 다녀오고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올해 방문한 여행지들을 내 인생에서 다시 방문할 수 있을까? 그러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재방문 하더라도 그 시기는 최소 7년은 지나서일 것 같다. 나는 늘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을 선호하고, 앞으로의 여행 빈도는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쁘게 살면서 여행을 가면 원치 않더라도 여행도 바빠진다. 주어진 시간은 짧고 봐야 할 곳들은 많으니까. “나는 그런 여행은 싫어.”라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시간이 아까워서 타이트하게 여행 스케줄을 짠다. 사실, 나는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녀서 이게 가능하고 오히려 이런 바쁨이 동행자가 있을 때와 별개로 혼자 여행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 일할 때와 마찬가지로, 혼자 여행을 다닐 때도 늘 목적지가 있고 다음 일정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쁘게 많은 곳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지 각각에 대한 기억은 희석된다.

정리하면, 해외여행할 때 사진을 많이 찍어둬야 하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 때문이다.

  1.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른다.
  2. 너무 많은 정보를 기억에 저장할 수 없다.

물론 사진을 많이 찍는 건 순간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된다. 다만, 대부분은 순간적으로만 그렇다. 그 장소, 순간이 너무 특별해서 사진으로 남길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억에 각인될 때도 있겠지만 그런 순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오히려 순간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걸 감수하고 찍은 사진들이 나중에는 해당 장소와 시간을 떠올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힘 빼기

지난 달,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20대였다면 설레임과 긴장으로 가득 찼을 것 같은데, 현재 내 나이에는 유럽이 그보다 이질감으로 더 크게 다가오는 공간이었다. 처음 런던 히스로 공항에 내렸을 때, 추운 날씨가 주는 불편함과 함께 처음 눈으로 경험하는 유럽의 건축물과 백인 위주의 인구 구성은 내가 이방인이라는 것을 더 크게 실감나게끔 했다.

연속적인 이질감은 하루가 지난 후 사라졌지만, 익숙한 기분을 느끼기엔 1주일이란 시간은 부족해서 순간 순간 느껴지는 그 감정은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이런 감정은 여느 여행에서나 자연스레 느껴지는 감정이기도 하다. 내가 매일 머무는 곳은 아니니까, 나의 공간이란 느낌은 들지 않으니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만날 때와 마찬가지로, 익숙하지 않은 공간을 대할 때는 힘을 빼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힘을 빼고, 내 앞에 있는 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을 배웠다. 자주 오지 못하는 유럽이니 즐겨야 한다는 마음이 앞설 때마다 나는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만족스런 여행을 끝마친 뒤 지금까지 시간이 한 달 정도 지났는데, 힘빼는 게 여행 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일에서도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뭔가 이질적이고,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질 때마다 나는 의식적으로 힘을 뺀다. 이번 여행이 내게 준 가장 큰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