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20대였다면 설레임과 긴장으로 가득 찼을 것 같은데, 현재 내 나이에는 유럽이 그보다 이질감으로 더 크게 다가오는 공간이었다. 처음 런던 히스로 공항에 내렸을 때, 추운 날씨가 주는 불편함과 함께 처음 눈으로 경험하는 유럽의 건축물과 백인 위주의 인구 구성은 내가 이방인이라는 것을 더 크게 실감나게끔 했다.
연속적인 이질감은 하루가 지난 후 사라졌지만, 익숙한 기분을 느끼기엔 1주일이란 시간은 부족해서 순간 순간 느껴지는 그 감정은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이런 감정은 여느 여행에서나 자연스레 느껴지는 감정이기도 하다. 내가 매일 머무는 곳은 아니니까, 나의 공간이란 느낌은 들지 않으니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만날 때와 마찬가지로, 익숙하지 않은 공간을 대할 때는 힘을 빼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힘을 빼고, 내 앞에 있는 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을 배웠다. 자주 오지 못하는 유럽이니 즐겨야 한다는 마음이 앞설 때마다 나는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만족스런 여행을 끝마친 뒤 지금까지 시간이 한 달 정도 지났는데, 힘빼는 게 여행 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일에서도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뭔가 이질적이고,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질 때마다 나는 의식적으로 힘을 뺀다. 이번 여행이 내게 준 가장 큰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