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맹의 윈도우, 맥, 그리고 pCloud 사용기

나는 컴맹이다. 컴퓨터를 아예 못 다루는 건 아닌데, 그래도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컴맹처럼 느낀다. 사실 하드 포맷과 윈도우 재설치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부분을 만나면 패닉에 빠진다.

나는 현재 윈도우와 맥을 함께 사용 중이다. 사실 맥은 아이폰을 사용하는 용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상 맥OS를 사용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맥에서 iOS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윈도우를 어설프게 사용하고 있다 이 정도가 나의 컴퓨팅 능력의 정의가 될 것이다.

나는 회사의 PC, 집의 PC, 서피스 pro, 맥 미니, 그리고 맥북 프로를 사용 중이다. 컴퓨터도 잘 못하면서 참 많이도 샀다. 회사 컴퓨터에 내 메인 자료가 있고, 어디서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클라우드는 필수가 된다. 처음엔 드랍박스를 쓰다 용량이 적어서, 결국 네이버 마이박스로 넘어갔고, 그러다 웹서핑을 하다 우연히 pCloud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Lifetime Plan. 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한 번 사면 평생 쓴다. 뭔가 따뜻한 기운이 내 몸을 감싸는 기분이다. 믿을 수 있는 클라우드를 넉넉한 용량으로 구매해 평생 쓸 수 있다면 어떤 컴퓨터를 들고 다녀도 파일을 열어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안정감이란.. 요즘 시대엔 새로운 집 같은 느낌이 아닐까.

그래서 호기롭게 내가 받을 수 있는 최대의 할인으로 pCloud 5TB Lifetime Plan + 암호화 옵션을 70만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구입했다. 사실 클라우드에 한 번에 쓰기엔 작지 않은 돈이다.

그리고 기분 좋게 회사에 있는 주요 폴더를 pCloud에 백업 걸어버렸다. 아주 편안하다. 나는 이제 집에서도, 여행 가서도 회사에서처럼 작업할 수 있다.

그런데 행복한 시기는 얼마 가지 않았다. 윈도우와 맥을 번걸아 쓰다 보니.. 유니코드 호환이니 뭐니 안 맞는다며, 맥에서 동기화할 때마다 윈도우에 보이는 모든 한국어 파일명의 자음과 모음이 분리되어 버렸다. 나는 그래도 이 평생 플랜, 기분 좋게 구입했는데 잘 써야지 하며 챗 gpt로 파이썬을 돌려가며 매일 같이 분리된 자음 모음을 합치고, 또 합치고.. 쓸데없는 짓을 컴퓨터를 켤 때마다 했다.

당연히 pCloud 측에도 문의했지만.. 여러 번 질의 오간 내용은 큰 의미는 없었고 나는 결국 환불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MS Onedrive를 쓰다가, 현재는 구글 드라이브를 쓰는 중이다. 둘 다 운 좋게 무료로 써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pCloud에 대한 적개심은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암튼 결론은.. 내가 세팅을 잘못 해서 윈도우와 맥을 오가는 파일명이 깨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둘 다 쓴다면 pCloud는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문제만 해결된다면.. 나는 100만원을 주고서라도 다시 Lifeplan의 평화로움에 뛰어들 것이다.